998년 개발 당시 제3세대 인터넷 주소시스템이라 불리던 우리의 한글인터넷주소 기술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였다. 당시 우리에게는 숙제가 한 가지 있었는데, 한글인터넷주소 시스템을 네임서버 방식과 응용 프로그램 방식 중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집중하느냐의 문제였다. 개발 초기에는 네임서버 방식 서비스가 대중화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의견을 모았지만 문제는 네임서버 방식의 서비스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였다.

네임서버란 숫자로 된 IP주소인 인터넷주소를 도메인 주소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말한다. 인터넷에서는 도메인 이름을 네 덩어리의 숫자로 된 IP 주소로 변환하는 서버로 보통 DNS라고 부른다. 우리의 네임서버 방식은 기존의 도메인네임서버(DNS)를 통해 한글인터넷주소를 처리할 수 있다. 응용 프로그램 방식과 달리 네임서버 방식은 사용자가 자신의 PC에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자국어인터넷주소 전용 네임서버(Native Language Internet Address DNS)가 지원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키워드형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보다 많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네임서버를 한글주소지원형 네임서버로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즉 네임서버 방식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나 국제표준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에 선보이게 될 어떤 획기적인 것에 대해 정부로 하여금 정책을 만들도록 하거나 국제 표준을 먼저 만들게 하는 것은 우리의 힘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대국민적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먼저 확보해야만 하는 이중적 고충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도메인의 교환기 역할을 하는 네임서버를 한글이 가능한 네임서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주요 통신사와 대기업의 동참을 끌어내는 것만이 시장을 가장 빨리 확보하는 지름길이었는데 우리 힘으로 그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 또한 역부족이었다.

인터넷주소와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기존의 도메인을 컴퓨터가 인식하는 IP주소(예를 들어, ‘211.218.148.170’과 같은 숫자로 된 주소)를 의미 전달이 되는 영문 알파벳으로 만들어서 보다 쉽게 접속하게 하였다. 즉, 도메인네임 서버(DNS) 관련 국제 표준화 기구를 미국 내에 설립하여 전 세계 각 기업의 시스템 관리자가 스스로 도메인네임 서버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정통성을 미국 정부가 부여하여 특별한 교육이나 권유 없이도 각 기관의 시스템 담당자가 이를 설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또한 1995년 상용화 서비스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가는 인터넷 도메인의 관리를 위하여 1998년 비영리단체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 (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을 설립하고 .com, .net, .org 같은 도메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ICANN의 관리 하에 두면서 민간 기업에 공공성을 부여하여 도메인 서비스 제공 사업은 민간이 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통신사(Internet Service Provider) 및 각 기업의 시스템 담당자들은 도메인네임 서버(DNS)를 스스로 설치한 후 해당 라인 이용자들이 숫자로 된 인터넷 주소인 IP Address를 기억하지 않아도 의미 전달이 되는 영문 알파벳으로 된 도메인네임을 인터넷 주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의 주민등록번호 대신 이름만 알면 그 사람을 쉽게 지칭할 수 있는 것처럼 인터넷 도메인도 그렇게 설계되어 확산이 보다 쉬웠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글인터넷주소 역시 기존의 영문만 통용되던 DNS를 한글(자국어) 전용 네임서버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가능했다. 그래야 기존의 영문 도메인뿐만 아니라 한글로 된 인터넷주소와 각국의 자국어인터넷주소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정부와 인터넷관련 정부산하기관에 우리도 도메인을 관리하는 미국의 ICANN처럼 자국어주소를 관리하는 국제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넷피아에서 회사 매출의 10%를 지급할 터이니 그 돈으로 ICANN 같은 인터넷주소관리기구를 설립하자는 제안이었다.

ICANN은 우리 같은 민간기업인 베리사인과 계약을 통하여 .com, .net의 도메인을 관리하게 하고 등록되는 도메인에 대하여 일정금액을 분담금을 내게 하여 ICANN의 운영경비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터넷주소를 관리하는 정부산하 기관에서 ICANN같은 역할을 하고 한글인터넷주소 등록비 중 일부를 거두어 운영비용을 충당하자는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내용으로 차세대 인터넷주소탄생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까지 고려한 제안이었다. 나는 수년간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서 인터넷주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전세계 도메인이 미국의 주도로 세계화 된 사례를 토대로 정부와 민간의 역할 공조를 위해 제안한 것이었다. 정부가 세운 인터넷주소관리기구에 넷피아에서 분담금으로 매출의 10%를 지급할 경우 1년에 약 20억 원 정도를 정책개발과 운영, 국제기구 활동 등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아직도 이런 기구를 위한 관련 정부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수천만의 국민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충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할 수 없이 민간 스스로 미국의 ICANN같은 기구를 만들기 위하여 학계의 뜻있는 분들을 모으고자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마다 실패했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한 정부 관련 기관에서모임을 방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참석하기로 약속했던 한 대학교수는 그 정부 관련 기관의 인사와 전화통화를 한 후 참석하기 곤란하니 이해해 달라는 일도 발생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선진 국제기구를 만들고 준비할 열린 사고가 되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만약 우리도 관련 기구를 만들어 정부가 인증을 하면 미국의 ICANN처럼 정책개발은 해당 기구가 하고 우리는 기업으로 이것을 세계화하면 되는데 말이다. 이와 같은 자국어주소 표준화기구가 만들어지면 해당기구와 계약을 통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자국어(한글)인터넷주소서비스를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보급할 수 있을 터인데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관련 정부 산하기관은 한글인터넷주소가 국제표준이 아니라서 근본적인 정책개발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글인 한글인터넷주소의 표준은 한글의 주인인 우리나라가 만들어야할 우리의 몫이다. 어느 나라가 우리를 위해서 자기나라 글도 아닌 한글로 인터넷주소 표준을 만들어 주겠는가? 한글인터넷주소가 국제표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사용범위가 무려 2천만이 넘는 범 국민적 서비스라면 이는 미국의 도메인전략처럼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을 이미 정립했어야 하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전국의 인터넷 이용자가 한글인터넷주소를 이용해 오면서 주소창의 한글주소를 가로채는 일부 업체로 인해 한글주소를 등록하여 사용해온 20만이 넘는 기업에서 피해를 보고 있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엉뚱한 사이트로 연결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주소창에 한글로 여의도초등학교를 입력하면 여의도 초등학교로 연결되고, ‘홍길동@성북초등학교’의 이메일을 치면 바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편리함이 관련 법과 정책의 부재로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모순이 하루 빨리 해소되기 위해서 민간에서 스스로 한글인터넷주소 표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일 2천만이 넘는 인터넷 이용자의 후생성과 관련된 한글인터넷주소는 관련 정부 산하 기관에서 지금이라도 나서서 국민의 후생성을 살피고 관련 산업의 세계화를 통하여 우리나라가 자국어인터넷주소 종주국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국어주소를 관리하는 국제기구를 설립하면 이곳에서 권고하는 자국어전용 네임서버를 일시에 전세계의 모든 네임서버에 설치하게 하여 전세계인이 편하게 자국어주소로 인터넷을 접속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정부 산하기관에서 이의 설립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었기에 우리는 시장에서 사용자 스스로 표준을 만드는 de facto standard 전략 만을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는 대형통신사인 ISP의 동참이 매우 중요했지만 우리의 시도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 고민 속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던 중 문득 당시 하나로통신에 근무하던 안병균 부장(전 하나로드림 대표이사)이 떠올랐다. 1999년 경 안 대표는 하나로 통신을 대표하여 내가 개인 자격으로 등록해 보유하고 있던 ‘hanaro.com’ 도메인네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도메인을 넘기기 위해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내 입장이 유리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안 대표의 열정이 너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사장도 아니면서 하나로통신을 대표해 열심히 나를 설득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한 나는 역시 열심히 사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고 모든 이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hanaro.com’ 도메인네임을 하나로통신에 양도했었다. 그 일을 인연으로 안대표는 나에게 언젠가 그 빚을 갚겠다고 말 한 적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불현듯 안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하나로통신이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그를 찾아갔다. 하나로통신에 들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설치를 요청했으나 예상대로 엔지니어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나면 이젠 끝이다’라는 생각뿐이었기에 다시 한 번 간절히 요청했다. 그러자 이를 안쓰럽게 지켜보던 안 대표는 직접 나서서 “테스트라도 해보자.”며 나를 대신해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안 대표의 설득은 약효가 있었고 결국 엔지니어들은 반신반의 하면서 테스트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발생한 문제는 하나로통신 측에서 테스트용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해서 테스트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우리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란 접속량이 많아지는 환경을 만들어서 과부하가 많이 걸렸을 때에도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가 무리없이 이뤄지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난 겉으로는 자신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들의 혹독한 테스트 과정을 보면서 내심 덜컥 겁이 났다. 혹시라도 서버가 다운되지는 않을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노심초사하며 테스트를 지켜보았다. 여기서 실패하면 우리가 그동안 들인 모든 수고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었으니 잔뜩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현실이 되는 날엔 모든 게 끝이었다.

다행히 아슬아슬하던 내 마음을 위로하듯 테스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트래픽이 올라가며 과부하가 걸려도 무리 없이 서비스가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도 해본 적이 없는 테스트 환경이었지만 서비스는 안정적이었다. 나도 놀라울 정도였다. 하나로통신에서의 테스트를 안정적으로 통과하였기에 다른 통신업체와의 거래에서도 분명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하나로통신에서 한글인터넷주소 시범 서비스가 결정되면서 기존 도메인네임이 아니면서 도메인처럼 사용자의 컴퓨터 주소창에 한글단어만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한글인터넷 주소 서비스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비에서 만난 천운이었다. 이것은 제3세대 인터넷 주소가 극적으로 탄생하는 서막이 되어 주었다.

1999년 9월 1일 한글인터넷주소의 첫 상용화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기존의 도메인네임처럼 네임서버 방식의 첫 서비스 개시는 하이텔과 하나로 통신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 만에 한국통신, 데이콤 등 50여 개 국내 주요 통신사(ISP)가 M사 진영에 대치하여 싸우는 우리에게 넷피아 방식의 한글인터넷주소서비스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로서 우리는 시장에서 이루는 표준인 de facto standard를 이루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도메인네임도 초기에는 여러 시도가 있었고 여러 업체가 난립되면서 오히려 주소의 유일성(uniqueness)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정부가 만든 기구가 ICANN(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다. ICANN은 이런 도메인 네임에 질서를 부여하였다. 즉 기존에 도메인을 관리하던 회사와 ICANN이 계약을 통하여 관련 도메인(.com, .net, .org)에 대하여는 주소의 유일성이 보장되게 하는 정책을 폈고 새로운 형태의 확장된 도메인(.biz, .info, .aero)은 전세계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19인의 이사진이 추가적으로 승인을 하게 하여 전세계 인터넷주소의 유일성과 안정성 그리고 공공성을 부여했다. 우리는 정부가 미국의 ICANN같은 차세대 인터넷주소 관리기구를 설립하여 차세대 인터넷주소인 자국어인터넷주소의 법적 안정성을 지켜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민간기업 스스로 시장에서 많은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한글인터넷주소라는 차세대 인터넷주소의 표준화를 위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나의 작은 아이디어는 드디어 시장의 새로운 기술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IBI는 네트워크의 유토피아를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주)넷피아닷컴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된다.


눈물은 쓰렸지만 열매는 달았다

성공적 시장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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