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공부를 통해서 얻은 경험으로 볼 때 IT벤처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지식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보해 두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벤처기업들이 어렵게 신기술을 개발한 후 대기업의 자본에 밀려서 허무하게 기술을 도용당하거나 빼앗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은 특허라는 안전장치에 소홀한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의 한글인터넷주소 기술 개발이 완료되자마자 특허를 신청했다. 특히 리얼네임즈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나름대로 세운 수성전략은 바로 ‘거미줄 특허 전략’이었다. 한글인터넷주소의 핵심기술과 관련 기술의 교차 특허를 통해 촘촘한 그물망 같은 특허 보호막을 구축해야만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 넷피아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술 개발 초기 빚더미 속에서도 특허 출원만은 우선으로 했다. 그런데 한 번은 결코 임기웅변으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허출원을 위해 특허사무소에 방문하니 특허청에 납부하는 관납료 정도는 내야 특허출원 대리를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나에게 그 만한 비용은 없었다. 정말로 낭패였다. 하루 한시가 급한 특허 출원이 돈 때문에 계속 지체되다보니 속이 점점 타들어갔다.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남아있지 않았고, 처분할 재산도 없었다. 고심하던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특허사무소 명함을 꺼내 들었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사정 이야기를 해보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번쩍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특허사무소 명함 한쪽에 써있는 이메일 주소였는데, 이 특허사무소에서는 자신의 회사 메일 주소가 아닌 다른 회사의 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우리에게 당장 출원비로 지급할 현금은 없지만, 그 만큼의 가치를 지닌 기술이 있지 않은가? 자신하며 나는 특허사무소측에 당돌한 제안을 했다.

“우리가 이곳의 자체 메일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것으로 출원비를 대신하면 어떻겠습니까?”
“뭐라고요?” 돈이 없으니 방법을 찾아달라고 사정을 해도 될까 말까하는 판국에 오히려 엉뚱한 제안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특허사무소 사람들은 너무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들을 설득했다.

“요즘처럼 홈페이지 주소나 이메일 주소만으로도 홍보를 하는 시대에 이렇게 자체 메일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더군다나 이런 특허사무소에서 말입니다. 제가 특허사무소의 자체 메일 시스템을 구축해 드리겠습니다. 언젠가는 비용을 들여 구축하셔야 할 터인데 그것을 이번에 저희들에게 대신 지급하는 것으로 해주십시오. 제가 이번 특허 출원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랬더니 말문이 막혀 내 이야기만 듣고 있던 특허사무소장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이판정 사장의 수완을 누가 당해내겠습니까. 그런 열정이 있으니 이렇게 특허도 내는 거겠죠. 그럽시다!” 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여기서 자국어인터넷주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론적 설명을 덧붙이자면, 우선 인터넷주소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DN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DNS란 인터넷을 사용할 때 반드시 거치는 것으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영문 도메인 주소를 네트워크에서 인식 가능한 숫자 주소(IP)로 변환해 주는 일종의 인터넷주소 교환기 시스템이다.

자국어인터넷주소 시스템은 기존 DNS와 호환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다양한 네트워크 환경이나 운영체제(OS), 기존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기존 환경에 부가적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의 설치나 수정 작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정보 가전 기기를 지원하여, PC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 기기에도 자국어인터넷주소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져 있다.

1998년 2월 첫 특허 출원 이후 넷피아는 국내외에 총 28건의 특허를 출원하였고 그 중 8건의 특허 등록을 받았다. CDMA 특허 보유로 특허와 관련하여 세계적 벤치마킹 대상 다국적기업이 된 퀄컴사, 그들이 사용했던 주변 요소 기술에 대한 거미줄 같은 특허전략을 배워서 자국어인터넷주소 세계화를 위한 특허법적 세계화 전략 구사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특허전략의 또 다른 장점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데도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에 우리는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 특허를 획득한 후 인터넷 주소와 관련된 국제회의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며 우리의 서비스를 알리기 시작했다.

국제회의에서 우리가 강조한 것은, 한글인터넷주소 기술이 단지 한글 사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언어에 모두 해당된다는 점이었다. 즉 우리글을 활용해서 영어 도메인 대신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하듯,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의 언어로 인터넷 주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른바 ‘자국어인터넷주소 서비스’라 명명한 넷피아만의 기술이라는 것을 알린 것이다.

‘자국어인터넷주소(Native Language Internet Address: NLIA)'는 실명을 그대로 인터넷주소로 사용하였다. 각 국가의 일상생활에서 말하고 쓰는 자국의 언어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국가가 자국 언어의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와 함께, 영어 때문에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었으니 넷피아의 기술력은 크게 환영받을 수 밖에 없었다.

리얼네임즈와의 힘겨운 분쟁중에도 전세계의 자국어인터넷주소에 대한 우리의 열정과 흔들림없는 신념은 리얼네임즈가 제시했던 300억 원이라는 돈의 가치보다 훨씬 더 큰 보람과 긍지가 있었다. 자칫하면 거대 자본에 밀려 사라질 뻔했던 넷피아. 그 넷피아의 기술이 마침내 전세계의 차세대 인터넷 주소로서 인터넷 접속에 놓여있던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자긍심에 자랑스러웠다. 세계 시장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넷피아의 모습은 그동안 겪은 갖은 고생을 모두 잊게 해주는 감동 그 자체였다.

빼앗길 수 없는 꿈

자국어인터넷주소 UN에 초청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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