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나는 서른 줄에 접어들 때까지 먹고 사는 것에만 몰두했다. 좋은 학벌도 이렇다 할 배경도 없이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그저 먹고 사는 앞가림하기도 여념이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성실함이 몸에 배어있었고 나름대로 수완이 좋았던 덕분에 고생스럽긴 해도 어느 곳에서든 남들 이상의 일을 해냈다. 공사장의 노동부터 각종 영업, 판매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고 그런 고생으로 그럭저럭 생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먹고 사는 일에서 안정을 찾게 되자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만족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젊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에는 내 나름대로 세워둔 인생계획이 있었다. 20대에는 많은 경험을 쌓고, 30대에는 한 분야의 프로가 되며, 40대에는 널찍한 인생의 집을 짓고, 50대에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며, 60대에는 인생의 철학을 정리해 전 세계에 나누고, 70대 이후에는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살겠다며 다짐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문득 마음 속에 담아온 그 꿈을 떠올리며, 이제는 그때 세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20대는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살았지만 나이 서른을 눈앞에 두고서는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오래 전에 접어두었던 대학 진학이었다. 10여 년 전에 등록금 마련이 힘들어서 포기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려왔던 차였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에 진학 운이 좋았던 편이다. 시골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당시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겨우 180여 명이었고, 그 가운데 연합고사 합격생은 겨우 다섯 명에 그칠 정도였는데 전국에서 커트라인이 두 번째로 높다던 마산연합에 합격했다. 그렇지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합격증을 받고서도 입학금 34,600원이 없어서 결국 진학을 못하고 말았다. 당시 큰형수님은 병석에 누워 계셨고, 작은 형님도 군복무 중이어서 경제력이 거의 없으셨던 연로하신 부모님에겐 나의 고등학교 진학이 커다란 부담이었다. 물론 등록금 정도야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산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할 경우 자취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부모님을 모실 사람이 없었다. 또한 형편상 나의 자취를 지원할 여력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시골집 인근의 고등학교로 진학해야만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열악한 상황에서 이뤄낸 나의 합격 소식에 주변에서는 축하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여전히 우리 집안 형편은 입학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나이 서른이 되자 학창시절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보상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전문성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식을 넓히다보면 지금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때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한 뒤로 대학진학에 대한 생각은 아예 잊고 살아왔지만 방송통신대라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 나에겐 행운이었다.

뒤늦게 학창시절의 긴장감과 배움에 대한 목마름에 눈을 뜨게 되니 그 묘미는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른 것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로 새로운 길이 보였다. 방송통신대 입학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을 목표였던 변리사의 꿈이었다. 법학과에 진학한 나는 변리사가 되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환점이 될 거라고 믿었다. 열심히만 한다면 나도 전문 분야의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당시 동숭동 방송통신대 주변에 있던 사법시험 동우회에 가입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 단번은 아니더라도 그 어렵다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서 안정된 전문직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자 공부도 일하는 것도 즐겁기만 했고 비로소 인생의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내게도 찾아왔다.


절망의 끝, 그 곳에서의 새로운 출발

막다른 골목에서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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