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노대통령님! 오리 전택부 인사올립니다. 평생 YMCA에 몸담아 환경, 소비자, 청소년 교육 등 시민운동에 열과 성을 다 바쳤으나 , 지금은 노쇠한 몸을 겨우 지탱한 채 조용히 집에서 소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 92세이니 8년 뒤면 100살이 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 보건대 해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7년 YMCA회관 재건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이후 10년간 건물을 짓던 일 등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눈앞에 선합니다.

광복 직후 문맹률이 매우 높아 무엇보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글보급운동에 뛰어든 지도 어언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특히 1980년대 KBS 1 TV 사랑방중계 프로그램을 맡으며 당시 젊은 정치인이던 노무현 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을 큰 영광이자 소중한 기억으로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저 영원한 YMCA맨으로 기억되며 조용히 생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펜을 들게 된 것은 요즘 제 잠자리를 뒤척이게 하는 소식을 듣고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께 간절한 청이 있어 이렇게 서한을 보내드리오니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에 한글을 결합해 제2의 건국운동을 벌이겠다는 큰 꿈을 지닌 한 벤처기업이 요즘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컴퓨터상의 인터넷 주소창에 영어로 주소를 써넣어야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한글로 입력해도 곧바로 해당 사이트에 연결되는 서비스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올해로 11년된 넷피아라는 벤처기업이 지난 1999년부터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회사는 그간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한국통신(KT) 등과 협력해 이처럼 중요한 일을 해냈습니다. 조그만 벤처기업이지만 넷피아에 등록된 한글인터넷주소가 72만개에 이를 정도로 국내 산업발전에 공이 크다고 합니다. 수 많은 중소 자영업자들이 이 서비스를 활용해 사업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연 KT가 넷피아와의 한글도메인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고 통보했고, 넷피아는 바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현재 송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을 고려해 일단 넷피아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KT가 곧바로 이의 신청을 제기해 조만간 법원 결정이 내려진다고 합니다. 문제는 법원이 KT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한 벤처기업이 일궈낸 한글인터넷 주소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께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글인터넷주소를 활용해 유권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 낸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엄청나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주부, 그리고 농어촌 주민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쓰기 쉽고 배우기 쉬운 한글을 인터넷에 접목한다면 계층간 정보격차를 줄이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해외로 수출한다면 국가경제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입니다.

한 기업의 존폐문제를 떠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가 계속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도움을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항상 건강하셔서 나랏살림을 더욱 잘 이끌어주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