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 참 아름답고 좋은 말이다. 힘을 합해 서로 돕고 살자는 뜻이다. 상부상조와 같은 의미다. 우리는 예부터 상부상조하는 미풍을 이어왔다. 두레나 품앗이, 계 등이 그 예다. 세상살이는 오가야 인정이 쌓인다. 이웃사촌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도시인의 삶을 보자. 1년 내 살아도 이웃의 얼굴 보기 힘들다. 정이 생길 수 없다.눈인사를 주고받으며 발품을 팔아야 정이 깊어지는 법이다.

참여 정부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대통령부터 이에 앞장섰다.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으로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게 취지다. 기업들 간 상부상조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미였다. 이를 외면할 기업은 없다. 일제히 환영했다. 모자라는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주면 되는 일이니 셈법대로라면 서로 좋은 거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를 열어 성과공유제 도입과 현금 결제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해 8월에는 국무총리가 상생협력위원회를 개최해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각 부처도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 실천을 재촉했다.

이런 상생협력의 동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오는 2015년 반도체장비 국산화율 50%, 디스플레이장비 국산화율 70%를 달성하기로 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의미 있는 협약이다. 정보통신부도 지난달 하순 KT와 SKT 등 통신사업자 대표와 중소기업 CEO를 불러 통신 분야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해외 동반진출 방안과 지재권 보장, 현금 결제 확대, 공동기술 개발 등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나선 것은 기업에 희망을 주는 일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는 더는 놔둘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기업의 애로점을 파악해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이런 정책이 정부 의지나 협약식만으로 해결될 성질은 아니다. 상생협력은 양쪽의 저울 추가 같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가볍다면 상생협력은 성립될 수 없다. 상생협력에 일방통행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상생이나 협력에서는 타협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넷피아와 KT와의 서비스 다툼은 이런 점에서 시사점을 던진다. 차세대 일류상품 자국어 인터넷서비스인 넷피아는 지난 6년여간 KT에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지난 2월 계약갱신의 협상권이 자회사인 KTH로 넘어가면서 10월부터 서비스 중단을 통보받았다. 이에 넷피아는 KT와 타협점을 모색했으나 실패하자 결국 법정으로 간 상태다.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상생협력이라는 물결 속에 이런 일이 일어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기업이 이익 실현을 위해 의견이 충돌할 때 상생협력의 대안은 무엇일까를 묻고 싶다. 상생협력은 멀고 기업이익은 가깝다고 한다면 해법은 없다. 통합의 계절, 12월이다. 하여 거듭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대안’을 찾을 수는 없을까. 승자와 패자로 등을 돌리는 대신 서로 껴안는 상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가. 이번 일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크게는 상생협력에 나선 다수 기업에 시금석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